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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칼럼 보도~~
작성자 진천초평초 등록일 10.08.06 조회수 90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08 12 05 금] 초평면의 약속


  미국 미시간주의 캘러머주는 인구 7만명의 아담한 도시다. 한때 제지공업으로 번창했지만 쇠락의 기운이 역력하던 캘러머주시가 3년 전부터 확 달라졌다. 이름을 숨긴 독지가가 2005년 말 2억달러를 시교육청에 쾌척했다. 이 돈으로 교육청은 주민 자녀가 미시간주의 주립대 진학때 장학금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내 공립학교를 3년 다닌 경우 65%에서 시작해 재학기간이 길수록 100%까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캘러머주의 약속(Kalamazoo Promise)’이다. 지난해 캘러머주에 이삿짐을 푼 이주민이 2000여명에 달한다.

  장학 프로그램으로 지역을 되살리는 ‘캘러머주의 약속’은 또 다른 변주로 이어졌다. 아칸소주에 있는 인구 2만여명의 작은 도시 엘도라도에서도 ‘엘도라도의 약속’이 지난해 시작됐다. 엘도라도 고교를 나와 어느 대학을 가든 장학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캘러머주의 독지가는 익명이었지만, 엘도라도의 독지가는 미국의 정유업체 머피 오일이었다. 엘도라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에 앞서 자녀의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인재들을 유치하겠다는 포석이다.

  충북 진천군에 1500여가구 3700명이 살고 있는 산골마을 초평면에선 한국판 캘러머주의 약속이라 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쓰레기처리장을 유치하면서 진천군의 지원금 110억원에서 75억원을 뚝 잘라 ‘초평면민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주민의 자녀에게 초등학교부터 대학과 유학 학비까지 지원한다는 ‘초평면의 약속’이다. 이에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에 학생이 늘고, 면사무소엔 전입 문의가 쇄도해 당장 아파트를 지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초평면은 “지역 발전을 위해 인재 살리기가 급선무”라고 하고, 캘러머주는 “21세기는 교육과 경제가 함께 간다. 교육은 인재양성만이 아니라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사회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두 지역 ‘약속’의 본질은 교육을 통한 지역 활성화와 구체적인 삶의 질 개선이다. 삽부터 들고 보는 토건적 사고에 대한 역발상이다. 초평면의 약속은 ‘살아서 진천’이란 옛말을 온전히 되살려내고 있다. 자칫 눈먼 돈이 될 수도 있는 지원금을 후손을 위해 적립하기로 한 초평면민들의 현명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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